고치 친구
지난 연말 농원에서
송년회를 하셨던 몇몇
초등동기회 모임들이 있습니다.
적게는 오학년에서
많게는 칠학년에 계신 분들까지
비교적 젊은 층에서는 이것 저것 문의하시더니
손에 물 묻히지 않는 일반음식점을 선호하셨고
셀프 주방을 이용한 자체해결이나 주문식사와 약간의 안주를 곁들인 혼합형으로 비용을 절감함과 동시에
손수 마련해서 즐기시는 재미를 느끼고자 하시는 분들은 농원을 이용하셨지요.
칠학년분들께서는 어릴적
개울가에서 발가벗고 물장구치던 고치 친구라고 하셨는데
머리가 벗겨지고 얼굴에 주름이 패이기도 하셨지만
여자친구들 앞에선
여전히 무거운 것 들어주고 잔심부름도 마다않는 남자이셨습니다.
여성분들께서는 살림하시고 자녀 키우시고
손자녀 다 얻으신 할머니 모습이 역력하신 분에서 다리가 불편하셔서 상노인 걸음을 하시는 분,
멋진 코트를 입으신 한 여성분은
얼굴빛도 고우신 미인이셨는데
예순 환갑도 지나지 않으신듯한
아주 젊은 모습이시라 도저히 동기생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분도 계셨습니다.
이분들께서도 처음엔
"이 나이에 멀 가서 해뭉노
고마 어데 가든 거튼데서 하지" 이러셨는데
식사는 추어탕정식으로 예약주셨고
나머진 수육과 떡 과일 김치 등 푸짐한 먹거리를 준비해 오셔서는
밤 깊은 시간까지 황토방에서 어릴적
동심으로 돌아간 이야기들로
불을 밝히셨습니다.
누구는 서방님이 지난해 돌아가셨지
또 누구는 빙운에서 중증 치료 받고 있댔지
우리 이참에 쪼매이씩 거다가 성이라도 보내능기 어떠노
어요 자야 무수마 필요하거든 내 불러래이
핫따 자슥 구실이나 하고 그카나
호호 너거는 안지 그카고 사나
잘 가거라 니년에 또 보재이
오야 니는 인자 술 쫌 고마무래이...
갓육학년이 되신 동기분들도 모임을 하셨는데
역시 초등동창이시고 경륜이 계신분들,
전국각지 흩어진 반가운 얼굴들이
만나는 귀한 자리라 만나는 순간부터
어요 머시기야 잘 살았나 함 안아보자
그래 니 마이 이뿌짔네
글나 이뿌다카이 조타 고마
이분들께서는 사회적으로도 든든한 역할을 하시는 분들이시라 그런지
아주 품격있는 고급차량들로 촌골짝을
위압하는 분위기에다
오리불고기와 곁들인 각종 야채
심지어 와인까지 찾으시는 고상하신 기호에 다 맞춰드리지 못할 정도였고
여성회원분들의 노련미와 숙달된 솜씨로 나타나는 각종 먹거리들 해산물들..,
게다가 푸짐하게 준비하신 추어탕까지
사장님도 여서 마 가치무입시더
지는 준비한 기 있습니더 마이 잡수이소
국이나 남거등 쪼매 주시마 고맙겠슴미더
간간이 이어지는 건배사가
한겨울로 향하는 시커먼 시골 동네를
뒤흔들고 분위기는 짙어가는데
빠질 수 없는 노래자랑,
다용도 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포웨이 써라운드 머시기 죽이준다는
고성능 음향기기들과
빔을 이용한 초대형 영상화면에
자막이 펼쳐지며
뱅글뱅글 도는 휘황찬란한 색상들이
어깨를 들썩이게 하였으니
잘 부르시거나 못 부르시거나간에
전국구 인기곡 안동역에서부터
청춘을 돌려다오, 여자의 일생, 울고넘는 박달재까지
어깨동무에
부르스에
기차놀이에
니짝이면 어떻고
내짝이면 어떠리
간혹 터져나오는 소리
뽀뽀해 뽀뽀해 뽀뽀해
아마 젊은이들은
삼촌이나 아버지뻘 되실 이분들의 세계에서
이런 청춘의 열정이 계신지 알란가 모를 일입니다.
이분들 역시 황토방을 이용하셔서
오손도손 이야기도 나누시고
아쉬운 술잔을 건네시기도 하고
한쪽에선 그림공부를 하시기도 합니다.
순아 올 니 내하고 자재이
오야 코나 골지마래이 무수마야
내 너거 둘이 그카능거 다 들었데이
야들아 자하고 자하고 올 둘이 신혼방채린단다
그래 그라마 불꺼주까
히히 저자석 쪼맨을때부터 찝쩍거리쌓터마는 아이 소원 몬이랐나
올 마 함 밀어주꾸마 잘 해바라
푸하하하
밤이 늦도록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개구장이 시절 남의 집 감 따먹던 얘기
묘사떡 얻어먹으러 따라다니던 기억과
손수건 매달고 입학하던 시절에서
누구 아들은 어데 취직하고
누구딸은 시집가여 어데 살고
누구는 어데 아프고
누구는 사업이 우째되고...
마 다 그렁기다
맘거치 대는기 있고 또 안 대는기 있꼬
우짜건노 사능기 다 그렁기라
그저 몸이나 성하마 댄다
*철부지 어린 시절
앞집 뒷집 또는 이웃 동네
들이야 산이야
같이 뒹굴고 같이 멱을 감던
그런 평생 잊을 수 없는 고향 칭구들
제 각각 사느라고
이 험난한 세상 살아내느라고
이마에 주름도 지고
곳곳에 상흔도 안고 있을 것입니다.
가까이 누워 자는 모습들에서
어릴적 그 모습들이 여전히 남아
애잔한 마음도...
그래 이 순간만큼은
현실이라 안고 있었던 그 무거운 짐들을 다 벗어두고
삶이 무엇잇지
풍파가 무엇인지 몰랐고,
몰라도 되던 그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거야
부모 형제 이웃 친척
정든 고향
뛰놀던 그곳으로 돌아가는 거야
■농촌 문화예술 체험/물놀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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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방,노래방,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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