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양지의 오늘 아침은 흐렸습니다.

적은 비에도 

마음이 젖을 때가 있습니다.

높았던 기온으로

메말랐던 차라

안개처럼 살포시 파고드는 비일지라도

마음 앞서 반겨안습니다.

두릅 가죽 꾸지뽕도

정구지 장미 수국 목단도

다잡았던 긴장을 풀어헤치고 

큰 숨 몰아쉽니다.

마치 묶어두었던 개

사슬을 풀어주면 

생각도 못 한 횡재를 만난 짜릿한 쾌감에 

몸둘 곳을 모르며 빙빙도는 것 같은...

사흘들이 밉상으로 잡초만 키우던

봄비가 아니어서인지

다 자란 보리밭에도 

흠뻑 들이킬 작정을 한 듯 보입니다.

개구리 울어지치는 못자리에

숨죽이며 엎드린 새싹들도

영차영차를 구령하며 하늘을 들어올리느라

목소리를 높입니다.

수면위에 드러누워 하늘보기 하던

녀석들도 

사르르르 쓸어모으며 구슬들을 만들어내고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제각각

안간힘을 쏟느라 정신없습니다.

이렇게 내려앉는 저녁비는

어둠과도 잘 지내는 아량으로

갓 거른 탁빼기

솥두껑에 부치는 정구지전 김치전

그런 생각으로 침이 모이게 합니다.

그저 누구라도 잔을 주고 받으며

마루에 걸터앉아 

추녀끝에서 맺혔다 비우고를 반복하는

모양새나

틱 푹 거품을 만들며 튕기는 그것들을

바라보며

정하지 않은 이야기라도

귀를 들이밀며 성의를 보이고 싶어집니다.

누우런 빛깔의 구수한 냄새가 코를 지나면

목구멍을 타고 차츰 내려가는 짜릿한 희열에

보일 듯 보일 듯 하는 그림을 그려내며

따끈한 김치전을 이리저리 굴려

짭조름한 맛을 빨아들입니다.

지고 있던 지게 짐일랑 사랑채 처마밑에

세워둔 채로

가늘게 받아 모으는 빗방울도

차고 비우고 하는 잔과도

이내 친구가 되고

적은 비에도 

마음이 젖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