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오는데'
봄은 오는데
봄날은 저만치 달아나네
그립고 기리던 봄은
어느덧
살랑대며 다가서는데
가슴뛰던 봄날은
숨차도록 따르고 따라가도
저만치 달아나네
냉이야 꽃이야
반가운데
묵은 시름 달고오는지
봄은 오는데
봄날은 저만치 달아나네
이른 봄에는 새로운 기분으로
새로운 일들과 환경을 접하기도 합니다.
늘 익숙하고 손때묻은 것에서
가보지않은 길을 나서야하는
막연한 설레임과 두려움에서
새 세상을 만나야 합니다.
지금껏 누려왔던 익숙함의 안락에서
낯설고 긴장되는 타지에서의 순간들을
내것으로 만드는데 눈동자를 키워야 하니 말입니다.
지난날 걸어왔던 숱한 걸음들,
몰두하며 땀흘렸던 시간들,
애지중지 아껴왔던 물건들은
이미 지나버린 것의 흔적으로 머물고 있을 뿐
앞으로 나아가야할 비장한 각오에
자리를 내어주고 한 귀퉁이로 물러앉았음이 처량하기도 속절없기도 하지만
비워내고 털어내어야 새로 담을 수 있음을 모르지 않기에
내키지않는 작별에 냉정하리라
맘을 다잡으며 애써 눈을 돌려보지만
늘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데
손에는 늘 지녀왔던 것에서의 미련을 놓지 못하니...
그래서 변화에 가슴을 활짝 열지 못하고 웅크리고 앉아 나만 고집하며 앙탈부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따지고보면 내것이란 애시당초 없었을 수도 있을텐데 말입니다.
무엇이 내것일까?
내 눈 앞에 있어서일까?
내가 차지하고 있어서?
그것은 장구한 것일까?
얼마나 나와 함께할 것인가?
삶이 다하더라도 나와 함께할 것인가?
오롯이 내것이란 없는 것이 아닐까?
다만 내것이라고 착각하여
품어안아 위안하고
애지중지 떠받드니
내것인양 자릴 차지하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