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꽃'
어제는
낮에 날이 포근해서
동네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혹 담부락 밑에서 쪼그리고 앉아
봄이 오는 소리에
귀를 세우고 있는 녀석들이 있는가 싶어
산자락엔 아직도 눈이 남아있을테지만
동백이 붉은 입술을 내밀고 있고
매써운 눈바람을 맞으면서도
매화는 피기를 고집하는 2월
돌담사이로
기왓장 위로
울타리 속에서
아직은 아직은 겨울이라고
힘주어 붙들고 참아내는 녀석들...
그런데
갑자기 빈집 너머로 들려오는
합창 소리는...
가만 이게 뭐지...
순간 귀를 의심했었습니다.
노래가 서툴렀던 것이었습니다.
아니면 지휘나 반주가 맞지 않았던지
잠에서 깬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 호흡이 맞지 않았나 하고
가볍게 여기며 녹취하기에 이르렀으니예
부북면 청운리 안씨고택(경남도문화재)에
사시는 분 부부동반 농원방문도 계셨고
아는 마흔다섯의 주부님께서는
일곱살배기 아들을 아주 귀하게 두셨는데
또 임신하셨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었습니다.
가고오고
오고가고
이렇게 가장 짧은 2월의 날들은
봄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작고 예뻐 앙증맞다는 표현 그대로
나날이 참 반갑습니다.
살랑대는 댓잎사이로 부는 바람이
볼을 스쳐도 좋고
소생을 기다리며 움츠린 만물의
귀를 열어주었던 단비는
젖은 채로 냉이 잎사귀에 올라앉았고
돌돌돌 구르던 나뭇잎들도
한쪽으로 밀쳐두었습니다.
국시 풀어넣은 밥국으로
뜨뜻하게 속을 채우고나면
연을 들고 못둑으로 향했던 시절,
바람 좋으면 연싸움도 하고
찾으러 논두렁밭두렁 뛰어다니며
콧물을 훔치기도 했었고
비료포대기를 들고나와
경사진 못둑을 따라 미끄럼질하며
놀기도 했고
얼음타다가 물에 빠진 넘
간주께이로 꺼잡아 내 주기도 했던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긴
이곳 농원의 2월...
'2월의 꽃'
가까이에서
유심히
오랫동안
지켜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향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맡을 줄 몰라서일까
곱지 않아서가 아니라
속을 들여다보지 않아서일까
혹한을 이겨내는 강인함이 아니라
살아내기 위한 몸부림 아닐까
가까이에서
유심히
오랫동안
지켜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영롱하고 맑은 영혼
소박하되 가볍지 않은 심성
드러내지 않는 단아한 기품과 향기
그대는
2월의 꽃